성경의 숨은 재밌는 이야기 · 08

마태복음,
세리가 쓴
왕의 이야기

돈을 세던 손으로 하늘나라를 기록한 사람,
그가 소개하는 약속의 왕 예수

마태복음 1–28장
여는 글

신약성경을 처음부터 읽겠다고 마음먹은 분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벽이 있어요. 바로 마태복음 1장의 족보예요. "누가 누구를 낳고, 누가 누구를 낳고…" 여기서 조용히 성경을 덮은 분들, 꽤 많으실 거예요. 😄

그런데 마태복음은 그 족보부터 이미 숨은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에요. 누가 이름을 올렸는지, 누가 빠졌는지, 어떤 문장이 갑자기 바뀌는지를 보면, 마태가 첫 장부터 예수님이 어떤 왕이신지를 조용히 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돼요.

1부

마태복음은 어떤 책일까?

구약의 약속과 신약을 잇는 다리

마태복음 본문에는 저자 이름이 적혀 있지 않지만, 초대교회는 처음부터 이 복음서를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 세리였던 마태의 책으로 받아들였어요. 기록 시기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나뉘지만 대체로 1세기 후반으로 봐요. 구약을 잘 아는 유대인 성도들을 많이 염두에 두고 쓴 책이라, 구약 인용과 암시가 신약 어느 책보다 촘촘해요. 그래서 신약의 맨 앞자리에 놓여 구약과 신약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요.

이름의 뜻마태는 히브리 이름 "맛디디야"에서 온 말로, "여호와의 선물"이라는 뜻이에요. 마가와 누가는 그를 "레위"라고도 불러요(막 2:14, 눅 5:27).
다섯 편의 긴 설교예수님의 가르침이 다섯 덩어리로 묶여 있고, 매번 "예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매" 같은 문장으로 끝나요(7:28, 11:1, 13:53, 19:1, 26:1).

※ 2세기 초 파피아스는 "마태가 히브리 말로 말씀들을 모아 기록했다"고 전했어요(유세비우스 『교회사』 3.39). 이 말이 지금의 마태복음을 가리키는지는 학자들 사이에 논의가 있어요.

마태복음의 큰 특징 다섯 가지
1
"이루려 하심이라"
"이는 선지자로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라"는 문장이 열 번 정도 되풀이돼요. 예수님은 구약이 기다려 온 바로 그분이라는 거예요.
2
"천국"이라는 말
다른 복음서가 "하나님의 나라"라고 할 때, 마태는 주로 "천국(하늘나라)"이라고 써요. 서른 번이 넘게 나오는데, 이 표현은 마태복음에만 있어요.
3
다섯 편의 설교
산상수훈(5–7장), 파송 설교(10장), 천국 비유(13장), 공동체 설교(18장), 마지막 때 설교(24–25장). 가르치시는 왕의 모습이 선명해요.
4
마태복음에만 있는 장면들
동방박사의 방문, 물 위를 걸은 베드로, 물고기 입의 동전, 양과 염소의 비유, 빌라도 아내의 꿈. 모두 마태만 기록했어요.
5
"교회"라는 단어
네 복음서 가운데 "교회"(에클레시아)라는 말이 나오는 곳은 마태복음뿐이에요(16:18, 18:17).

마태복음의 핵심은 한 문장이에요. 예수님은 구약이 약속한 다윗의 자손, 참 왕이시고, 그 왕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이시다. 책은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1:1)로 시작해서,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28:20)로 끝나요.

2부

더 깊이 숨은 7가지 장면

족보부터 마지막 명령까지, 마태가 숨겨 둔 이야기들

1

왕의 족보에 이름을 올린
뜻밖의 네 여인

마태복음 1:1-17

고대의 족보는 보통 아버지에서 아들로만 이어져요. 그런데 마태의 족보에는 여인 네 명의 이름이 끼어 있어요. 다말(1:3), 라합(1:5), 룻(1:5), 그리고 이름 대신 "우리야의 아내"(1:6)로 불린 밧세바예요.

이 네 사람, 하나같이 사연이 있어요. 다말은 시아버지 유다와 얽힌 부끄러운 이야기의 주인공이고, 라합은 여리고의 기생이었고, 룻은 이스라엘이 꺼리던 모압 여인이었고, 밧세바는 다윗의 가장 큰 죄와 연결된 사람이에요. 게다가 대부분 이방 사람이거나 이방 사람과 얽힌 여인들이에요. 특히 라합이 보아스의 어머니라는 사실은 구약에도 없고 마태복음에만 나와요.

그리고 다섯 번째 여인, 마리아에 이르면 문장이 갑자기 바뀌어요. 계속 "누가 누구를 낳고"로 이어지다가, 16절에서는 "요셉이 예수를 낳고"가 아니라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 칭하는 예수가 나시니라"라고 써요. 족보의 문법이 여기서 멈추는 거예요. 이분은 사람의 계보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분이라는 뜻이죠.

왕의 족보가 흠 없는 영웅들의 명단이 아니라, 은혜로 이름이 올라간 사람들의 명단이라는 걸 마태는 첫 장부터 보여 줘요.

※ 마태는 족보를 14대씩 세 묶음으로 나눴어요(1:17). 히브리어 "다윗"(דוד)의 글자를 숫자로 바꾸면 4+6+4=14가 된다는 점에서, 다윗의 왕통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는 학자들이 있지만 확정된 해석은 아니에요.

돌아보기
부끄러운 과거가 있는 나의 이름도 예수님의 은혜 안에서 하나님 나라의 명단에 올라 있음을 기억합니다.
2

길을 아는 사람들은 안 가고,
모르는 사람들은 찾아왔다

마태복음 2:1-12 · 27:54 · 28:19
예루살렘의 성경 전문가들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은 "베들레헴"이라고 정답을 바로 말했어요(2:4-6). 그러나 아무도 가지 않았어요.
VS
동방에서 온 박사들
성경도 잘 모르는 이방인들이 별 하나 보고 먼 길을 와서 엎드려 경배했어요(2:11).

동방박사 이야기는 성탄절마다 듣는 익숙한 이야기예요. 그런데 이 장면의 진짜 아이러니는 따로 있어요. 헤롯이 "그리스도가 어디서 나겠느냐" 묻자, 성경 전문가들은 미가서 5:2를 인용하며 정확한 주소를 알려 줘요. 베들레헴은 예루살렘에서 멀지 않은 거리예요. 그런데 그들 중 누구도 가 보지 않았어요.

하나 더요. 우리는 흔히 박사가 "세 명"이라고 생각하는데, 성경에는 몇 명인지 나오지 않아요. 선물이 황금, 유향, 몰약 세 가지라서 세 명으로 굳어진 거예요. 😄 이름까지 붙은 전통은 훨씬 뒤에 생겼어요.

마태복음은 이렇게 이방인의 경배로 시작해서, 십자가 앞에서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27:54)라고 고백하는 로마 백부장을 지나,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28:19)라는 명령으로 끝나요. 유대인을 위해 쓴 복음서가 처음부터 온 세상을 향해 문을 열어 두고 있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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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아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아는 그 길을 따라 예수님께 직접 나아가 엎드립니다.
3

예수님은 모세의 길을
다시 걸으셨다

마태복음 2:13-23 · 3:13-4:2 · 5:1

마태복음 앞부분을 출애굽기와 나란히 놓으면 신기한 일이 벌어져요. 예수님의 어린 시절이 모세의 삶과 겹쳐 보이거든요.

왕의 학살 — 바로가 히브리 사내아이를 죽이라 했듯(출 1:22), 헤롯은 베들레헴의 두 살 아래 사내아이를 죽였어요(2:16).
애굽에서 부르심 — "애굽으로부터 내 아들을 불렀다"(2:15, 호 11:1). 원래 이스라엘의 출애굽을 말하던 구절이에요.
같은 말씀 — "아기의 목숨을 찾던 자들이 죽었느니라"(2:20)는 하나님이 모세에게 하신 말씀(출 4:19)과 거의 똑같아요.
물과 광야 — 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너 광야로 갔듯, 예수님은 요단강에서 침례를 받으시고 광야로 가셨어요.
사십 주야 — 마태만 "사십 일을 밤낮으로" 금식하셨다고 써요(4:2). 모세가 시내산에서 보낸 "사십 주 사십 야"(출 34:28)를 떠올리게 하죠.
산 위의 말씀 — 모세가 산에서 율법을 받았듯, 예수님은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5:1) 가르치기 시작하셨어요.

그런데 차이가 있어요. 모세는 산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서 전했지만, 예수님은 산에서 "…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5:21-22)라고 직접 말씀하세요. 모세보다 크신 분, 율법을 완전하게 하러 오신 분(5:17)이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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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사십 년 동안 실패한 이스라엘의 길을 끝까지 순종으로 걸으신 예수님이 나의 구원자이심을 믿습니다.
4

세리만 기억한
동전 이야기

마태복음 9:9 · 10:3 · 17:24-27

마태는 세관에 앉아 있다가 예수님의 "나를 따르라" 한마디에 일어났어요(9:9). 당시 세리는 로마를 위해 동족에게 세금을 걷던 사람이라 배신자, 죄인 취급을 받았어요. 그런데 열두 제자 명단에서 다른 복음서는 그냥 "마태"라고 쓰는데, 마태복음만 굳이 "세리 마태"라고 적어요(10:3). 자기 부끄러운 과거를 스스로 달아 둔 거예요.

그리고 세리 출신답게(?) 마태복음에만 있는 돈 이야기가 있어요. 가버나움에서 성전세 걷는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너의 선생은 반 세겔을 내지 아니하느냐" 물어요(17:24).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바다에 낚시를 던지라고 하시고, 처음 올라오는 물고기 입에서 한 세겔을 꺼내 "나와 너를 위하여 주라"고 하세요(17:27). 한 세겔은 딱 두 사람 몫의 성전세예요. 세금 계산이 정확하죠. 😄

평생 남의 돈을 세며 살던 사람이, 성전의 주인이신 예수님이 제자의 몫까지 대신 내 주시는 장면을 기록했어요. 마태는 이 장면을 쓰며 자기 빚을 대신 갚아 주신 예수님을 떠올리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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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추고 싶은 과거까지 아시고도 "나를 따르라" 부르신 예수님의 은혜를 기억합니다.
5

여섯 번의 꿈,
마지막 꿈은 무시당했다

마태복음 1:20 · 2:12-22 · 27:19-24

신약에서 "꿈"(오나르)이라는 단어는 마태복음에만, 딱 여섯 번 나와요. 그리고 그 배치가 아주 절묘해요.

1요셉 — 마리아를 아내로 데려오라(1:20)
2박사들 — 헤롯에게 돌아가지 말라(2:12)
3요셉 — 아기를 데리고 애굽으로 피하라(2:13)
4요셉 —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라(2:19-20)
5요셉 — 갈릴리로 가라(2:22)
6빌라도의 아내 — "저 옳은 사람에게 아무 상관도 하지 마옵소서"(27:19)

처음 다섯 번의 꿈은 모두 아기 예수님을 지키는 꿈이었고, 꿈을 꾼 사람들은 그대로 순종했어요. 그런데 여섯 번째 꿈은 예수님의 재판 한가운데, 이방인 여인에게 주어져요. 그녀는 예수님을 "옳은 사람"이라고 불러요.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듣지 않았어요. 빌라도는 물을 가져다가 손을 씻으며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라고 말해요(27:24). 이 장면도 마태복음에만 있어요. 그런데 손을 씻는다고 책임이 씻기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사람들이 무시한 그 길 위에서 하나님은 온 세상을 구원하는 일을 이루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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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말씀하실 때 요셉처럼 순종하고, 빌라도처럼 손만 씻으며 책임을 피하지 않습니다.
6

초대교회가 하루 세 번
드린 기도

마태복음 6:5-13 · 『디다케』 8장

1873년, 콘스탄티노플의 한 도서관에서 정교회 성직자 브리엔니오스가 오래된 사본 하나를 찾아내요. 그 안에 들어 있던 문서가 10년 뒤인 1883년에 세상에 공개됐어요. 『디다케』, 곧 "열두 사도의 가르침"이라는 짧은 책이에요. 초대교회가 새신자를 어떻게 가르치고, 침례와 성찬을 어떻게 했는지 보여 주는 귀한 기록이에요.

이 책 8장에 재밌는 말이 나와요. "위선자들처럼 기도하지 말고, 주님이 복음에서 명하신 대로 이렇게 기도하라." 그리고 마태복음의 주기도문을 그대로 옮겨 놓은 뒤 이렇게 덧붙여요. "하루에 세 번 이렇게 기도하라."

같은 장에는 이런 말도 있어요. 위선자들은 월요일과 목요일에 금식하니, 너희는 수요일과 금요일에 금식하라고요. 😄 마태복음 6장에서 예수님이 "외식하는 자와 같이 되지 말라"고 하신 말씀을, 초대교회 성도들은 요일까지 바꿔 가며 진지하게 붙잡았던 거예요. 그만큼 마태복음은 초대교회가 가장 많이 읽고, 외우고, 가르친 복음서였어요.

※ 『디다케』의 기록 시기는 1세기 말에서 2세기 초 사이로 보는 견해가 많지만, 정확한 연대는 학자들 사이에 논의가 있어요. 또 『디다케』의 주기도문 끝에는 "권세와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께 있사옵나이다"라는 송영이 붙어 있는데, 마태복음의 가장 오래된 사본들 가운데는 이 송영이 없는 것들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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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외우던 주기도문을, 오늘은 한 구절 한 구절 아버지께 드리는 진짜 기도로 드립니다.
7

"임마누엘"로 시작해서
"항상 함께"로 끝나다

마태복음 1:23 · 18:20 · 28:16-20
책의 시작 (1:23)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
VS
책의 마지막 (28:20)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마태복음은 "함께"라는 말로 책 전체를 감싸고 있어요. 1장에서 천사가 알려 준 이름 임마누엘,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그리고 28장 마지막 절, 예수님이 직접 하신 약속 "내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한가운데에도 있어요.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18:20).

그런데 이 마지막 장면에 숨은 한 줄이 있어요. 부활하신 예수님을 갈릴리 산에서 뵌 제자들이 경배하는데, "아직도 의심하는 자들이 있더라"(28:17). 예수님은 그들을 골라내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그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 침례를 베풀라"고 보내셨어요.

완벽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흔들리는 제자들에게 "항상 함께 있으리라"는 약속이 주어진 거예요. 이 약속은 그들의 믿음이 아니라, 임마누엘이신 예수님 자신에게 달려 있으니까요.

돌아보기
믿음이 흔들리는 날에도, 세상 끝날까지 나와 함께하시겠다는 예수님의 약속을 붙잡습니다.
맺는 글
족보로 시작한 책이
"모든 민족"으로 끝난다

마태복음은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으로 오신 왕의 이야기예요. 그 왕의 족보에는 기생과 이방 여인이 있었고, 그 왕의 제자 중에는 세리가 있었고, 그 왕의 마지막 명령을 받은 사람 중에는 의심하던 제자들도 있었어요.

세리 마태는 그 왕을 만나 세관을 떠났고, 평생 하나의 이야기를 전했어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이야기요. 그 이야기는 지금 이 페이지를 읽는 우리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28:20)

※ 본문 인용은 개역개정을 기준으로 했습니다.